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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힐링의 아이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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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도쿄 어딘가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사요코'와 열일곱 마리의 고양이들이 함께 살고 있다. 사요코는 할머니와 둘이 살았었는데 할머니는 얼마 전에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사요코의 마음에는 외로움의 구멍이 생겨버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어딜 가나 고양이가 따르는 모태 묘녀 사요코는 고양으로부터 치유와 위로를 받으면서 외로움의 구멍은 채워진다. 자신이 고양이로부터 외로움을 치유받았듯이 외로운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리어카에 고양이 몇 마리를 싣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를 외치며 동네를 돌아다닌다. 고양이 렌털 비용은 단돈 1천엔. 렌털에 앞서 간단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고양이를 빌릴 수 있다. 빌리고자 하는 사람의 집에 가서 고양이가 잘 지낼 수 있는 집인지를 판단한다. 작은 동물들을 괴롭히며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들을 걸러내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힐링의 아이콘 '고양이'

첫 번째 손님은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다. 2년 전 남편이 죽고 나서도 키우던 고양이와 쭉 둘이 지내왔는데 고양이마저 지난해에 떠났다고 한다. 할머니가 빌리고 싶은 고양이는 14살의 나이가 많은 노란 고양이였는데, 원래 키우던 고양이도 노란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혼자가 되고 나니 너무 외로우셨다. 하지만 나이도 너무 많이 먹었고 새로운 고양이를 키우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사요코의 '고양이 렌털'을 만나게 된 것이다. 할머니의 심사 결과는 합격이었고, 대여 기간은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며칠이 지났을까 사요코는 할머니의 아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고양이를 데리러 할머니 집에 가게 된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다. 할머니는 고양이와 지내면서 외로운 마음의 구멍이 채워지신 것 같다. 두 번째 손님은 일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서 6년째 혼자 살고 있는 아저씨다. 좋은 소식은 다음 달이면 다시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게 됐다는 것인데, 슬픈 소식은 아저씨의 딸이 아빠와 함께 사는 것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 때문에 딸이 어릴 때부터 떨어져서 살게 되었고, 가끔씩 집에 갈 때면 반가워하면서 달려오는 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6년이 지난 지금은 아빠에게 아저씨 냄새가 난다며 싫다고 한다. 딸의 귀여운 어린 시절을 함께하지 못한 게 속상했던 아저씨는 심사에 합격하고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렌털 하게 된다. 대여 기간은 가족에게 돌아가기 전까지인 약 한 달간. 대여 기간이 다 되고 사요코는 아저씨의 집에 찾아간다. 한 달여간 고양이와 지낸 아저씨는 렌털 한 고양이를 입양하기 원한다. 고양이도 아저씨와 사는 것에 동의하는 눈치다. 고양이와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된 아저씨는 집에서 찬밥 취급을 받지만 고양이만큼은 아저씨에게 따뜻하다. 그렇게 아저씨의 마음의 구멍도 채워진 듯하다. 세 번째 손님은 자동차 렌트 샵에서 12년째 근무하고 있는 아가씨다. 오고 가는 손님도 많지 않은 렌터카에 사요코가 들어간다. 거기서 근무하고 있던 아가씨는 오랫동안 한 곳에서 일을 하다 보니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게 되었고, 결국 출근부터 퇴근까지 매일 혼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과 대화하는 게 전부인 그녀는 집에서도 기다려주는 사람 없이 혼자 지내고 있다. 도넛의 구멍을 한입에 먹기 위해 독특한 도넛 먹는 방법을 고수하는 그녀는 사요코가 데려온 새끼 삼색 고양이에게 반하고, 사요코는 그런 그녀에게 고양이를 빌려준다. 대여기간은 기다려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네코 렌탈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를 접하게 된 것은 영화 <카모메 식당> 감독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한다. 지금은 4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을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한다. 영화를 보던 당시에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았고 대리만족에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당시에도 힐링받으며 봤던 영화로 기억하는데, 리뷰를 쓰려고 오랜만에 다시 한번 더 영화를 봤는데 영화는 여전히 좋았다. 일본의 여름과 잔잔한 감성이 잘 느껴진다. 고양이의 특성을 조금은 파악한 지금에서 영화를 보니, 리어카 바구니에 실려서 얌전히 있는 고양이들이 너무나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우리 집 고양이들을 밖에 데리고 나갔다가는 다 도망가고 돌아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고양이로부터 외로움을 달래고 치유받는 것을 볼 때 많은 공감을 했다. 나도 고양이와 지내면서 엄청난 힐링과 행복감을 느낀다. 고양이의 끝없는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큰 예로 우리 엄마가 있다. 엄마는 고양이를 극도로 싫어하던 사람이지만 나 때문에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길냥이도 챙길 정도로 엄청난 고양이 애호가가 되셨다.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맥주 한 캔 마시면서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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