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매자'
택시 운전사로 돈벌이를 하고 있는 '남봉'은 아내 '매자'와 아들 부부 '진수'와 '정희' 그리고 손녀딸 '은지'까지 총 다섯 식구가 함께 살고 있다. 남봉은 아내를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는 옛날 할아버지 같은 사람인데, 손녀딸이 먹고 싶다는 치킨 한 마리 값도 아까워서 돈을 아끼는 구두쇠다. 진수는 박사까지 공부하고는 교수의 꿈을 버리지 못해서 여태 취직도 하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는 백수다. 정희는 둘째를 임신했다. 어느 날부터 매자의 상태가 조금씩 이상하다. 갑자기 멍하니 서있다던지, 손녀 그네를 밀어주다 말고 자리를 뜬다던지, 건망증이라고 하기에는 상태가 많이 심각했다. 결국 병원에 다녀오는데 결과는 치매였다. 남봉이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안이 연기로 자욱하다. 매자는 냄비가 불에 타는 것도 모르고 식탁에 가만히 앉아있다. 남봉은 매자의 가방에서 종이 하나를 발견한다. 남봉은 매자가 치매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음날 남봉은 병원에 재차 확인해본다. 병원에서는 매자가 혈관성 치매라고 한다. 매자의 치매 증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자 남봉은 결국 매자를 요양원으로 보낸다.
치매 노인 '남봉'
여느 때처럼 남봉은 택시운전을 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이 하얘지더니 앞서가는 트럭과 접촉사고가 난다.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는 남봉에게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친구의 아내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에 남봉은 그 사이 치매 증상이 더 심해진 매자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다. 아들 내외는 갑작스럽게 엄마를 데려온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어느 날, 남봉은 출근하려고 현관에 나서는데 흙투성이인 자신의 신발을 발견한다. 남봉이 밖으로 나가보니 택시도 흙투성이에 꼴이 말이 아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남봉은 블랙박스를 확인해 본다. 어두운 시각, 풀숲으로 홀로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남봉은 전혀 기억이 없다. 한편 매자의 상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희는 은지를 데리고 친정집으로 내려간다. 터미널까지 가려고 탑승한 택시가 하필 남봉의 택시였다. 남봉은 정희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돌아오지 말고 거기서 살라고 한다. 매자는 진수에게 부모보다 더 중요한 게 자기 가족이라며 정희를 따라가라고 한다. 그리고 남봉은 병원에 다녀왔는데 치매 판정을 받았다. 남봉은 택시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친구에게 택시를 판다. 이렇게 치매 노인 부부 단 두 사람의 생활이 시작된다.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오락가락하는 정신을 붙들고 24시간 동안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챙겨주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매자가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 바닥에 누워있다. 남봉은 매자를 데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간다. 링거를 맞고 깨어난 매자는 정신이 온전하게 돌아왔다. 매자는 남봉에게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사다 달라고 한다. 남봉이 자리를 비운 사이 매자는 아들과 전화통화를 한다. 그리고 매자는 남봉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겨둔 채 자살시도를 한다. 다행히 의료진들이 이를 발견하고 매자는 살게 된다. 그 후 남봉은 친구로부터 택시를 다시 되찾아오고, 매자와 둘이 여행을 떠난다. 사실 여행이 아니라 매자와 함께 죽으러 가는 것이었다. 남봉은 매자와 바닷가로 가서 차 안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먼저 일어난 매자는 차에서 내려 바닷물 근처에 앉는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남봉도 일어난다. 저기 앞에 혼자 앉아있는 매자가 보인다. 남봉은 내려서 매자에게 다가간다. 남봉은 배고프지 않냐며 말을 건네는데 매자가 앉은 채 옆으로 쓰러진다. 매자는 그 사이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남봉은 매자에게 할 말이 있다며 흔들어 깨워보지만 매자는 깨어나지 않는다. 남봉은 매자에게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서 잘 살아보자고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로망
영화 <로망>은 나도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마주하게 될 현실이 아닐까 싶다. 언젠간 자식의 입장에서, 언젠간 부모의 입장에서 겪게 될 일일 것이다. 치매는 주변이 불행하고 당사자만 행복한 병이라고 한다. 평소에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두뇌운동이나 책을 많이 읽는다던지 꾸준한 운동 등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 왜 치매 같은 것에 걸리는 걸까. 빨리 의료기술이 발달해서 치매를 치료하는 기술이 나왔으면 좋겠다. 노년에도 멀쩡한 정신으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다가 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