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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엔걸 스즈코, 진정으로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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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잘못되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주인공 스즈코가 구치소에서 출소하는 장면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그녀는 전문대 졸업 후 아직 취직을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다. 아직 독립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님 집에 같이 살면서 꼬박꼬박 생활비를 내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여직원 '리코'가 함께 하우스 셰어를 할 것을 제안한다. 같이 살게 되면 월세 절약이 가능했고 그러면 본가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었기에 그녀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둘이 열심히 발품을 팔고 다닌 결과 괜찮은 위치에 방 2개, 거실이 있는 집을 계약하게 된다. 부동산 계약을 마치고 리코와 카페에서 쉬고 있는데 그녀는 남자 친구 '타케시'와 통화를 하면서 방 계약이 끝났고 월세는 9만 엔인데 3 등분해서 1인당 3만 엔씩이고 먼저 이사 들어가도 좋다며 말한다. 영문을 모른 채 듣고만 있던 스즈코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리코는 미리 말하지 않았었냐면서 타케시까지 셋이서 하우스 셰어를 하는 거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 입주 당일이 되었다. 계약한 집에 가서 짐 정리를 하던 스즈코는 늦는 리코가 걱정된다. 타케시에게 묻자 그녀와 헤어졌다며 오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비 오는 날 방에 혼자 오도카니 앉아있던 스즈코는 밖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주워온다. 일단 다음날부터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려고 마음먹고 고양이의 먹이를 사러 다녀온다. 그사이 외출했던 타케시가 돌아와 있다. 밝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그녀에게 괜한 성질을 부린다. 리코에게 차인건 본인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물어보니 당연히 내다 버렸다고 한다. 황급히 고양이를 찾으려 밖으로 뛰어나간 스즈코. 길 한편에 죽어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 화가 난 그녀는 타케시가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짐을 모조리 내다 버린다. 다음날이 되고 그녀는 아르바이트에 간다. 일을 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타케시 건으로 경찰서에 가야 한다며 찾아온다. 그의 짐들 사이에 백만 엔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실을 전혀 알리 없었고, 기물 손괴죄가 적용되어 벌금 20만 엔으로 마무리된다. 그렇게 다시 본가로 돌아온 그녀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한다. 그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게 못마땅했던 남동생 '타쿠야'는 그녀에게 왜 돌아왔냐며 윽박을 지르자 갑자기 가족 모두의 다툼으로 번진다. 그녀는 100만 엔이 모이면 집을 나간다고 선포한다. 그리고 그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겠다고 한다. 일본도 참 안 좋은 소식은 주변에 빨리 퍼지나 보다. 스즈코가 구치소에 다녀온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전단지 배부, 건물 청소, 상담원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일하면서 돈을 모은다. 동생 타쿠야는 가족들 모르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 하굣길에 멀리 슈퍼에서 나오는 누나를 발견한다. 그녀의 학교 동창생으로 보이는 여자 무리가 그녀에게 시비를 건다. 싸움도 못해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만 있는 자신과는 다르게 누나는 그들에게 결코 지지 않고 강한 모습을 보인다. 누나가 다시 돌아온 게 못마땅했던 타쿠야는 누나가 다시 나간다는 게 이내 서운한 모양이다. 누나에게 이사하면 꼭 편지를 써달라고 한다.

드디어 독립, 새로운 시작의 연속

100만 엔이 모인 그녀는 도쿄를 떠나 해변이 있는 마을로 독립을 한다. 해변가 근처 가게에서 일하게 된 그녀는 그곳에서 일하면서 100만 엔이 모이면 또다시 그녀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겠다고 마음먹는다. 어딜 가나 시끄러운 남자 무리는 존재하는 것 같다. 무리 중 한 남자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며 적극적으로 다가오지만 그녀는 전혀 관심 없다. 남자의 묻는 질문에 엉터리 같은 대답만 할 뿐이다. 다음날 또 찾아온 남자가 그녀를 파티에 초대하고, 거절하려 했지만 얼떨결에 파티에 가게 된다. 자꾸 들이대는 남자가 부담스럽다. 다시 100만 엔이 모인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곧장 다른 곳으로 이사한다. 바닷가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그녀는 조용하고 풀이 우거진 시골로 간다. 운 좋게 숙식이 제공되는 곳에서 지내며 복숭아 따는 일을 하게 된다. 어느 날 마을의 촌장이 그녀를 찾아온다. 복숭아로 오랫동안 유명했던 마을이지만 다른 지역의 복숭아가 유명해지면서 마을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된 마을에 젊은 사람이라고는 그녀밖에 없었고, 그런 그녀에게 마을 홍보를 부탁한다. 그녀의 의견은 묻지 않은 채 회의를 진행했고 이미 그녀가 복숭아 아가씨로 선정되었다. 거절하려 했지만 이미 늦어진 상황. 결국 '복숭아 아가씨 사퇴'건으로 마을 전체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다음 주에 매스컴에서 촬영을 오는 일정도 잡혀있다. 그녀는 계속해서 거절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그녀에게 부담을 떠넘기며 압박을 가한다. 결국 그녀는 자리에서 뛰쳐나간다. 다행히 좋은 분들의 집에서 지낼 수 있었던 그녀는 인사를 드리고 다음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세 번째로 옮겨간 곳은 도쿄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인데 그녀는 근처 원예 코너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같이 일하는 동갑의 남자 직원 '나카지마'는 한결같이 그녀에게 친절했고 그녀는 그런 그에게 조금씩 마음이 간다. 같은 마음이었던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그녀의 통장잔고는 100만 엔까지 앞으로 4만 엔 남짓 남았다. 원예 코너에 새로운 여자 직원이 들어온다. 나카지마와 같은 학교라고 하는데 알고 보니 같은 과 후배라고 한다. 두 사람은 금세 친해지고 나카지마는 그 여직원과 바람까지 난다. 어느 날부터 나카지마는 스즈코에게 조금씩 돈을 빌리기 시작하는데, 그 후로 만날 때마다 모든 데이트 비용을 그녀에게 부담한다. 심지어 다른 여자와의 데이트 비용마저 스즈코에게 빌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을 왜 좋아하는지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를 힘들게 할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돈을 좋아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와의 관계를 정리한다. 이사 때마다 동생에게 편지를 썼지만 여태껏 편지에 답장 한통 없던 동생으로부터 편지 한 통이 온다. 동생은 학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친구들을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용기 내서 정면으로 맞섰다고 한다. 부모님은 전학을 권유했지만 자기는 도망치지 않고 누나처럼 당당하게 맞서서 자랑스러운 동생이 될 거라는 씩씩한 내용의 편지다. 그녀는 그제야 깨닫는다. 자기 자신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녀는 그 헤어짐이 두려워서 늘 도망쳐왔던 것이다. 동생의 편지로부터 용기를 얻은 그녀는 아직 100만 엔이 모이지 않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마지막으로 일터에 가서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서는데 나카지마가 기다렸다가 그동안 그녀에게 빌린 돈을 돌려주고 그렇게 그녀는 떠난다. 사실 둘 사이에 오해가 있었다. 그는 그녀가 다시 100만 엔을 모으면 떠나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계속해서 돈을 빌렸던 것이다. 이대로 헤어질 수 없었던 그는 뒤늦게 그녀를 뒤쫓는다. 하지만 길마저 엇갈려버린 두 사람은 결국 그렇게 끝이 나고 영화도 끝이 난다.

홀로서기

처음 한글 영화 제목 <백만엔걸 스즈코>를 보고 어떤 내용일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일본어 제목을 다시 찾아봤는데 제목이 영화의 큰 줄거리였다. 일본어 제목은 한자 그대로 읽으면 '백만 엔과 고충녀'가 된다. 100만 엔이 모일 때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가며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인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스즈코가 너무 불쌍했다. 친구를 잘못 만나 인생이 꼬여버린 게 안타까웠다. 나카지마와 어긋난 인연으로 끝나버린 것도 좀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그녀가 마음을 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떠날까 봐 두려운 마음을 솔직하게 그녀에게 전했으면 상황은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안될 인연이기에 그렇게 끝이 났겠지. 그래도 100만 엔으로 이사 다니며 깨달은 게 있지 있지 않은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다시 볼 수 있었고 그동안 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길을 잃으면 혼자 여행을 다녀오라는 말을 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여행을 가면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하게 되고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될 수 있다고. 우리 집은 워낙 보수적이라 스즈코처럼 타지에 혼자 가서 산다던지 심지어 나 홀로 여행조차 꿈도 못 꾸지만 나 나름의 방법으로 나와의 시간을 가지면서 성장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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